[현장기자-김용권] “피의자 도주 죄송” 檢 고개 숙였지만…
입력 2013-05-23 18:22
“국민께 불안감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3일 오전 10시 전주지검 중회의실. 최윤수 차장검사가 남원지청 피의자 이대우 도주사건 관련, 사과문을 읽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에게 공식 사과한 것이다. 특수절도 피의자가 검찰청사에서 조사받다 수갑을 찬 채 달아난 지 나흘 만이다.
최 차장검사는 이날 “피의자 관리에 소홀했다”며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검·경이 힘을 합쳐 신속히 피의자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검찰은 아직도 사건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건이 터진 20일 이후 기자들의 청사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 검찰은 당일 청사 CCTV 영상을 기자들의 요구가 거세자 회견이 끝난 뒤 1시간 뒤에야 공개했다. 경찰이 기껏 잡아다 준 피의자를 한순간에 놓친 검찰이 ‘몰염치’에다 무슨 ‘강심장’이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CCTV 영상으로 초기에 사건을 축소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남원지청은 당일 도주 경위를 설명하면서 “3∼5초 빈틈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도주 사실을 수사관이 알기까지 40초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도주범의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인원 수천명의 경력이 동원됐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도주 과정에서 그가 스스로 수갑을 풀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주범이 전북지역을 벗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속에 검찰의 엉뚱한 초동 대처와 경찰의 허술한 검거작전으로 피의자의 도피행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주범은 경찰에게 칼부림도 하고 교도소에 12차례나 들락거렸던 강력범이다. 바로 옆집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전주=김용권 사회2부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