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년에 1000명 찾는 ‘외국인 관광특구’
입력 2013-05-23 18:21
외국인 관광특구에 외국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관광특구 지정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이름만 ‘관광특구’인 곳도 수두룩하다. 한류 열풍을 적절히 활용하려면 국내 관광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속리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00명뿐이다. 하루에 3명도 안 되는 셈이다. 경북 백암온천을 찾은 외국인은 1500명에 불과했다. 속리산과 백암온천은 외국인의 발길을 끌기 위해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려면 최근 1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만명을 넘어야 한다.
두 곳 외에 수안보온천(7000명), 미륵도(1만명), 구례(1만2000명), 정읍 내장산(1만4000명), 무주 구천동(1만8000명), 목포(1만8000명), 부곡온천(7만1000명)도 외국인 관광객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관광특구는 1994년부터 시행됐다. 지정 요건에 ‘전년도 외국인 관광객이 10만명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지만 1996년 풀어졌다. 이후 관광특구가 우후죽순 생겼다. 현재 관광특구 28곳 중 19곳이 1997년 한 해에 지정됐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상점 등은 야간에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동두천은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으면서 숙박시설이 한 곳도 없었다. 휴양·오락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경기도 송탄과 강원도 횡성 지역도 관광 안내시설이나 휴양·오락 시설이 전무하다. 관광 활동과 관련 없는 토지가 전체의 10%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요건도 이름뿐이다. 관광특구 20곳이 이 기준에 어긋났고, 전체 관광특구 토지의 81%(제주 제외)가 관광 활동과 상관없는 땅이다.
전문가들은 관광특구 선정 및 취소 기준을 개선하고, 지정권자를 지자체장에서 문화부 장관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전체 관광특구를 일제 점검해 퇴출 대상 지역을 선정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취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