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던지며 소란 피우는 관람객 때문에… 동물원 가족들 “5월은 괴로워”

입력 2013-05-23 18:20 수정 2013-05-23 22:48


지난 18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동물원 원숭이 우리 앞. 6∼7살쯤으로 보이는 아들과 서 있던 엄마가 원숭이를 향해 과자를 던졌다. 원숭이가 과자를 한 손으로 낚아채자 관람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아이들은 “나도 던져볼래”라며 엄마를 졸랐다. 엄마들은 아이들 손에 과자를 쥐어주기 바빴다.

서울동물원 내 인공포육장. 아기 동물들이 자라는 곳으로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물원 가장 안쪽에 있다. 이곳에 온 어린이들은 유리창 너머에서 아기 동물들을 보겠다며 펄쩍펄쩍 뛰었고 “호랑아! 일어나”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일부 성인 관람객은 잠자는 동물을 깨워 아이에게 보여주겠다며 유리창을 두드렸다. 인공포육장 입구에는 ‘유리창에 손대지 마세요’ ‘실내관람 시 정숙해 주세요’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동물원이 북적이고 있지만 관람 에티켓이 실종되면서 동물들이 아파하고 있다. 동물을 괴롭히고, 정해진 먹이가 아닌 과자나 주변 풀을 뜯어 먹이면서 동물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경력 30년째인 한효동(57) 사육사는 “필요한 영양소에 맞춰 사료를 주는데 관람객이 던져준 과자를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원숭이는 호기심이 많아 과자봉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좋아하는데 간혹 봉지를 빼앗아 삼키면서 폐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을 경계하는 습성을 가진 동물들은 관람객들에게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서울동물원 수의사 강신근(42)씨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력적으로 변해 배설물을 던지거나 방사장 안 시설물을 부수기도 하며 만성 스트레스로 위장 간 출혈 질환을 앓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은 아직 없다. 한 사육사는 “사육사 말은 안 듣지만 관람객들이 옆에서 말리면 사람들이 자제를 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자율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