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파견… 北은 열기, 中은 냉기

입력 2013-05-23 18:04 수정 2013-05-23 18:57

‘매달리는 북한, 냉랭한 중국.’

최룡해 북한 특사가 중국을 방문했지만 23일 중국 내 분위기는 냉랭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이날 북한 특사가 이미 방중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내 여론을 오판하지 말라”며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최룡해 특사 방중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현재 최 특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은 특사 방중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이도록 압박을 가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특사 방문에서 최대 현안은 핵 문제로 시 주석은 이미 수 차례 “북한 핵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데다 ‘핵 무기와 경제 건설 병진’을 내세우고 있어 쌍방 간 입장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은 중국 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변화를 알아야 한다”며 “만약 중국 여론을 무시한다면 중국의 태도를 오판하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특히 “북한의 핵 정책은 한반도 정세의 혼란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면서 “중국 여론은 북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도발을 방자하다고 여긴다”며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대 북한 정책에 있어서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영 CCTV는 22일 저녁 종합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북한 특사 방문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에 비해 노동신문은 23일자 1면에 최룡해 특사의 방중 소식을 3건이나 관련 사진을 곁들어 실었다. 무엇보다도 조선중앙통신은 중국 측보다 먼저 최룡해 일행의 출발과 함께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때는 전용 열차가 북·중 국경을 넘는 순간에 맞춰 이를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는 외교 관례를 깬 것으로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며 “북한이 얼마나 조급해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