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공기업 사실상 재정파탄 상태
입력 2013-05-23 18:03
지난해 30개 공기업이 금융부채에 따른 이자로 6조789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1451억원이다.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재정 파탄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공기업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공기업 재무건전성이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등장했다.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비례대표)에게 제출한 ‘공기업 차입금 및 이자지급액 현황’과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공기업의 이자지급액은 2011년(6조871억원)에 비해 7025억원이 늘었다. 이들 공기업은 지난해 하루 평균 186억원을 이자로 내는 ‘빚잔치’를 벌인 셈이다. 공기업 이자지급액은 2008년 3조9591억원에서 5년 사이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이자로 낸 돈이 2조3443억원에 이르러 공기업 중 이자부담이 가장 컸다. 한국도로공사(1조172억원)도 이자비용으로만 1조원 넘게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8573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7101억원) 순이었다.
공기업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금융부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시설투자 등에 필요한 돈을 금융부채로 충당하면서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원리금 상환의무가 있는 금융부채는 2008년 136조1723억원에서 지난해 244조7621억원으로 1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20조원이 늘었다.
전체 295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금융부채는 344조6000억원으로 이중 30개 공기업의 금융부채(244조762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71.0%다. 공공기관 개수 비중으로 10%에 불과한 공기업들이 금융부채의 대부분을 짊어지고 있는 꼴이다.
특히 사상 최초로 공기업들이 이자지급액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내면서 만기에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지급불이행 위험(디폴트 리스크·Default Risk)까지 높아지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사실상 국가 부채라는 점에서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수자원공사 이자비용으로 3000억원을 지급한 데서 보듯 공기업 금융부채는 결국 국가 빚”이라며 “공기업 금융부채 증가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원인규명과 공기업들이 이자지급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수익성 제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