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홍콩 현지법인 ‘CJ글로벌홀딩스’의 자산가치를 부풀린 뒤 계열사 간 인수과정을 거쳐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취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CJ글로벌홀딩스 대표 신모씨를 이재현 회장의 해외 비자금 관리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이미 출국금지했다. 지난 21일 압수수색에 신씨 자택도 포함됐다.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CJ㈜는 2006년 6월 6억1690만원을 들여 홍콩 완차이 지역에 지주회사 CJ글로벌홀딩스를 세웠다. CJ는 4년 만인 2010년 8월 이 회사 지분을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 전량 매도했다. 당시 CJ글로벌홀딩스 자산은 230억원대에 그쳤지만 매각대금은 4배가량인 917억원에 달했다. CJ제일제당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2만주가량 유상증자한 뒤 3자 배정 방식으로 CJ에 건넸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매각과정에서 CJ글로벌홀딩스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됐고 자본잠식까지 됐다가 매각 직전 겨우 흑자 전환한 회사의 가격을 CJ가 과도하게 매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의 부가 CJ로 이전됐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을 정도다. 당시 CJ글로벌홀딩스 매각으로 CJ가 취한 이득도 680억원대(세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매각 절차가 진행된 시점은 2009년 초반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된 직후였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측이 세무조사 이후 정리하지 못한 비자금을 처분하기 위해 내부거래를 통한 계열사 매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법인과 개인의 (양도)소득세 탈루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 회장을 비롯해 CJ그룹 전·현직 재무 담당자 등 10명 안팎을 출국금지했다. 이미경 부회장, CJ그룹 계열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이재환 대표는 일단 출금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CJ그룹 해외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국민일보 5월 22일자 1면 보도)을 받고 있는 CJ푸드빌에 대해 지난달부터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J푸드빌은 ‘빕스’와 ‘뚜레주르’ 등 14개 브랜드로 전국 2000개 매장과 140개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국세청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한 점에 주목하고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전웅빈 강준구 기자 imung@kmib.co.kr
CJ, 홍콩 법인 자산가치 부풀려 계열사에 매각 수백억 챙긴 정황
입력 2013-05-23 18:03 수정 2013-05-24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