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등산에선 ‘하산’이 더 중요하다

입력 2013-05-23 19:03

연이은 산악인 사망 사고가 주는 뼈아픈 교훈은 ‘등산은 하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창호 원정대의 서성호(34) 대원은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하고 내려오던 중 지난 21일 새벽에 숨졌다. 칸첸중가(8586m)를 등정한 박남수(47) 등반대장도 같은 날 하산하다가 시신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해외원정 산악인들의 왜 자신의 존엄한 생명을 담보로 돌아오지 못할 고산 험로로 향하는 것일까. 잊을만하면 계속 되풀이되는 딜레마다. 많은 이들은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화두로 대신한다. 산악인은 자아실현을 위해 히말라야 고지대와 같은 생명체가 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발이 닿기 힘든 위험한 곳을 찾는다. 그래서 지독한 육체적 괴로움과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고산 사고는 눈사태와 같은 기상 이변 때문에 발생한다. 한편으론 고산 등반을 보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인식도 사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왔다. 등산을 스포츠 경기처럼 여기는 사회적 통념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말이다. 성공적인 등산은 정상에 올랐다가 안전하게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등산이 자아실현을 넘어 스포츠 기록과 같은 ‘업적’이 중요시 될수록 ‘포기하는 용기’는 어려워진다.

등산은 하산이 더 중요하다. 산악인들은 고산으로 떠날 때 ‘사고’라는 장비를 함께 배낭에 싼다고 한다.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이 장비를 배낭에서 꺼낼 일이 없이 돌아올 때 그 등반은 성공한 등반이 된다. 차제에 한국산악연맹은 세계적인 기록을 먼저 알리기에 앞서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