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런던서 군인 1명 피살… 급진 이슬람 테러 추정

입력 2013-05-23 18:01 수정 2013-05-23 22:50


런던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로 추정되는 테러용의자 2명이 대낮에 영국 군인 1명을 참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 살인사건이 아닌 테러사건으로 규정하고 M15와 M16(해외정보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와 군·경이 참여하는 합동테러분석센터(JTAC)를 소집해 사건 규명에 나섰다. 수사당국은 용의자와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테러단체 보코하람과의 연계 가능성을 확인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사건은 22일 오후 2시20분쯤(현지시간) 런던 동남부 울워치의 왕립포병대 기지에서 약 200m 떨어진 존 윌슨 거리에서 후드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흑인 용의자 2명이 마체테(넓은 날의 벌채용 칼)와 식칼 등으로 공격해 행인이 숨지면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피해자가 숨지기 전 파란색 차량에 치였으며 차량은 가로등을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목격자 제임스는 “용의자 2명이 피해자를 끌고 다니며 공격하다 도로변에 버려뒀다”고 말했다.

20∼30대로 보이는 용의자들은 범행 뒤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20여분 동안 현장에 머무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체포됐다. 트위터 등에는 20대 흑인 남성은 영국 태생인 아부 누사이바로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이 과정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잉그리드 로요케네트(48)는 용의자에게 “너는 패배할 것이다”라며 무기를 넘길 것을 제안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은 칼을 든 용의자와 마주본 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용의자는 범행 당시 주변에 몰린 시민을 향해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억양의 영어도 사용한 이들은 “그들이 우리와 싸우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과 싸울 것”이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소리쳤다. 자신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시민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반이슬람 영국수호리그(EDL)’ 단체 지지자 250여명은 울워치 기차역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런던 동쪽 브레인트리에서는 흉기와 인화성 물품을 들고 이슬람사원으로 들어가려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해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국의 보스턴 테러사건과 같이 서구 사회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 비조직적으로 이뤄진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2005년 7월 런던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폭탄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영국 내 자생적 성장을 우려해 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