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영 불호령 리더십 한국농구 중흥 활력소

입력 2013-05-23 19:03

“(종규) 선수 자격이 없죠.”

한국 남자농구 동아시아대표팀 최부영(61) 감독은 소문난 다혈질이다. 칭찬하지 않는 감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그가 제자이자 ‘괴물 센터’로 각광받고 있는 김종규(경희대·2m7)에게 던진 비수(?)는 의외였다.

지난 21일 인천삼산월드컵체육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도 최 감독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만리장성을 흔들고도 남았다. 중국 벤치의 목소리를 합해도 최 감독의 목청을 당해내지 못했다.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며 79대 68로 제치고 3연패 위업을 달성했지만 최 감독의 호된 질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종규는 이날 13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들린 듯 코트를 누볐다.

최 감독의 전략과 전술대로 ‘장대’ 왕저린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고 한국은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최 감독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김종규가 경기 막판에 쥐가 나서 교체를 요청한 게 영 못 마땅해서다.

“내가 4년간 데리고 있었는데 오늘처럼 마구 코트를 뛰어다니는 것을 처음 봤다. (교체 요구) 그 상황은 최대 승부처였어. 그런데 교체를 요구하다니 말이 되나. 그건 선수 자격을 상실한 행동이야.”

최 감독이 김종규를 질책한 이유는 이랬다. “선수가 1게임 뛰는 몸을 못 만들었다는 건 큰 문제다. 만약 그 타이밍에 분위기를 상대팀에 넘겨줘 졌으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 선수는 몸이 재산”이라는 역설이었다.

최 감독은 “종규는 프로에 4번(파워 포워드)을 달고 무난하게 적응을 할 것”이라며 “자신이 갖고 있는 탄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자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뒤늦은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최 감독은 동아시아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거절 했었다. 연습기간도 턱없이 짧고 모든 조건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국가대표가 A팀(1군)도 아니라 부담이 더 컸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시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나아가 중국 장신과 맞서는 법과 세대교체라는 훌륭한 교훈을 보여줬다. 5일간의 짧은 경기였지만 최 감독과 젊은 그들은 한국 농구의 미래가 흐리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