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류현진 5승째

입력 2013-05-23 19:09


‘괴물’ 류현진(26·LA 다저스)이 10경기 만에 5승을 거뒀다. 이런 추세라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27살 때 기록한 한국인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인 18승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벌어진 밀워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팀의 9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최다 투구 이닝을 기록한 류현진은 108개의 공을 던져 70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었고, 평균자책점을 3.42에서 3.30으로 낮췄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시즌 10번의 등판에서 5승째(2패)를 챙기며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다저스는 팀이 올린 19승 가운데 커쇼와 류현진이 절반 이상의 승수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 외에 잭 그레인키(2승)와 채드 빌링슬리, 크리스 카푸아노(이상 1승) 등은 모두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류현진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따르면 류현진은 한 시즌 34차례 정도 선발 등판할 기회를 갖는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17승도 가능하다. 만약 류현진이 데뷔 첫 해 15승 고지를 넘어선다면 신인왕도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다. 나아가 박찬호가 다저스 소속이던 2000년 메이저리그 풀타임 4년째 세웠던 18승(10패)을 넘어서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4월 6경기에 등판해 3승1패, 방어율 3.35를 기록했으며 5월 현재 4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3.24를 올리고 있다. 이와 비교해 박찬호는 2000년 4월 5경기에 등판해 3승2패, 방어율 4.60을 마크했고 5월엔 6경기에서 2승2패, 방어율 4.38을 기록했다. 승수는 같지만 류현진은 방어율과 투구 이닝, 삼진 수 등 경기 운영 면에서 박찬호를 압도하고 있다.

류현진이 대선배를 박찬호를 넘어서는데 있어서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류현진의 체력과 다저스 타선의 활약 여부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제구 난조로 시즌 최소 이닝(5이닝)만 소화해내 체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시차나 더위 등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우려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올 시즌 가장 많은 투구 이닝을 기록하며 그간 체력 논란을 잠재웠다.

다저스 타선의 활약도 류현진의 승수 쌓기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개막 이후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어서 투수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밀워키와의 경기에서는 9점을 뽑아내며 류현진을 도왔다.

미국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시즌 5승을 거두자 일제히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2억 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팀 연봉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내는 다저스가 돈 매팅리 감독의 경질설마저 나도는 이때 류현진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CK(클레이튼 커쇼)가 아닌 류현진이 다저스의 어떤 투수보다 믿음직했다”고 호평했고, LA타임스는 “류현진의 승리 덕분에 (경질설이 돌고 있는) 매팅리 감독과 다저스가 짧은 유예기간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