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교회 相生,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자활돕자”… 교계는 ‘협동조합 설립’ 붐
입력 2013-05-23 17:45
협동조합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나눔 사역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약자를 주체로 세우는 자립·자활적 사역이기 때문에 시혜적 성격이 강한 기존의 사회복지 사역과 구분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5인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는 등 설립절차가 간편해졌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농어촌 지역교회와 손잡고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조합에 가입한 교인과 지역주민은 거룩한빛광성교회와 지역교회를 통해 농어촌의 친환경 안전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다. 교회가 설립할 ‘장터 사회적 협동조합’(가칭)은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수익금으로 장애인과 새터민 등 취약계층을 섬길 계획이다.
교회는 이달 중 10여명의 품목선정위원회를 구성, 협동조합을 통해 거래할 품목을 정할 예정이다. 선정기준은 농어촌교회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거나, 새터민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자립·지원에 기여할 수 있거나, 남북한 및 제3국에서 생산된 상품 가운데 통일 선교와 관련 있는 상품 등이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세우는 협동조합은 이익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공동체 정신에 적합하다”며 “우리 협동조합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윤리적 소비운동과 함께 생태친화적 생산과 소비를 정착시키고,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지원 기독NGO인 ‘지구촌사랑나눔’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이주민 중심의 협동조합인 ‘지구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4000여만원의 출자금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인 조합원 100여명으로부터 모았다.
지구촌협동조합은 첫 사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언뜻 보기엔 협동조합에서 왜 화장실을 짓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현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남구로역 일대에는 새벽마다 인력시장이 형성된다. 수백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력시장을 찾지만 공중화장실이 없는데다 시간이 일러서 인근 건물 화장실도 사용하기 힘들다. 배변문제로 곤란을 겪던 노동자들이 뒷골목에 ‘실례’를 하는 바람에 지역주민과 다툼이 종종 발생했다.
지구촌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이 불편을 줄이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달 25일 남구로역 인근에 화장실을 건축, 24시간 개방했다. 지구촌협동조합은 이밖에 무국적자로 태어나 보육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미등록) 체류자 자녀를 위한 ‘지구촌 어린이마을’ 사업과 외국인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지구촌 직업소개소’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노동상담소와 급식소,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병원) 개설 등은 지구촌협동조합이 미래에 추진할 사업들이다.
김 목사는 “협동조합은 약자들이 연대해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는 조직”이라며 “협동조합을 통해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눔과 돌봄의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도 지난 22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길목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향린교회 관계자는 “협동조합 설립은 창립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이며, 길목협동조합은 사회선교센터가 진행하는 교육사업과 평화기행 등 주요 사역을 수행하는 요체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