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똥 좀 봐, 도토리 많이 먹었네… 아, 기특해라”
입력 2013-05-23 16:53
산양들아 잘 잤니?/글 녹색연합·그림 이장미/웃는돌고래
책을 ‘녹색연합’이 썼다. 환경단체가 단체의 이름으로 쓴 책이라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스토리도 울림이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이 정말 많은 걸 이야기한다. 그림책 주인공은 산양이다. 그 산양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기 위해 지도와 평면도, 조감도 등 여러 시각적 방식들이 총동원됐다.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급 1급 동물이다. 우리 산에는 1960년대만 해도 폭설로 인해 강원도에서만 산양 6000마리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산양이 많았다. 하지만 산양은 난개발 등으로 점차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지는 산양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시골에 내려간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보여준다.
이야기의 진실성이 묻어나는 건 환경운동가인 옆집 소라 언니 덕분이다. 주인공 송이는 소라 언니를 통해 산양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정작 더 많은 아이들이 산양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 건 그림책 속 산양의 똥 얘기 때문일 것이다. 소라 언니를 따라 산양을 찾아 떠난 길에서 송이가 산양을 만나는 건 똥을 통해서다.
“싼지 얼마 안 된 똥이야. 봐 봐, 도토리를 많이 먹었나봐. 소화도 잘 시켰고. 아, 기특해라.”
그렇게 똥을 통해 자연과 동물을 만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생경하면서도 생경한 만큼 자극이 크다. 환경단체가 쓴 책이라 그런지 요조조모 고민한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그런 서사의 이점을 넘어서는 것이 이미지이다. 손바닥 위에 오종종 꽃씨처럼 모인 산양의 똥을 보라. 누군들 그 장면을 대하고 자연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랴. 현실과 비현실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감탄하게 하는 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