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공관의 불필요한 접대 관행 청산해야
입력 2013-05-23 18:53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재외공관의 문제점을 질타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재외공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재외공관이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데만 치중하고 재외국민이나 동포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러면 존재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재외공관 문을 닫는 것이 낫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그동안 재외공관이 할 일은 등한히 하고 힘 있는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들 접대에 주력한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질타는 매우 적절하다. 2년간 200여 차례 한국 손님을 맞은 공관장이 있는가 하면 정치인들의 해외 나들이에 가이드로 불려나가고 술자리에 동석한 외교관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일부 대사관은 몰려드는 정·관·재계 인사들로 인해 자기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두 해 전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가 판매대리상 1만2000여명을 제주와 서울로 보낼 때 주중 한국 대사관이 제주도 한국관광공사 서울시와 협력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주중 한국 대사관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중국 관광단의 비자를 일괄 처리하는 행정편의를 제공했다. 대규모 관광단이라 비자 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려 민원이 속출할 수도 있었는데 원스톱 업무를 지원한 것이다. 매우 바람직한 재외공관 모습이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와 암울한 글로벌 경제 상황은 외교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도 해결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한 상태에 빠져 있다. 재외공관은 이러한 국내외 상황을 직시하고 안보·자원·무역·관광 외교를 비롯해 국익과 국민을 위한 업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 지역에 상주하는 공관 수를 크게 늘려 자원외교에 매진하는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혈세로 운영되는 재외공관이 ‘정치 한량들’의 여행안내소로 격하되는 일을 방치하면 안 된다. 정부는 재외공관의 인력운용과 업무영역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접대 관행을 과감하게 청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