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세계일주 여행→美 명문대 합격 김소연씨의 도전 “하고자 하면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

입력 2013-05-22 20:18 수정 2013-05-22 22:45


“인(in)서울과 그 외 대학에 갈 친구로 나누고 공부 때문에 친구도 멀리하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저와 맞지 않았어요.”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 부적응 등으로 고교 2학년 때 자퇴했던 김소연(20·여·사진)씨. 최근 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학부중심대학) 명문인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매년 장학금으로 5만6000달러도 받는다. 학비·기숙사비·교통비·교재비·용돈까지 해결되는 금액이다. 교내 일자리까지 얻어 부모님에게 일절 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독립’이 가능해졌다.

오는 8월 출국을 앞둔 김씨는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 면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유학 비용을 저축하고 있다. 20일 면세점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하고자 한다면 길은 어디에나 있어요. 대학 입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학업 스트레스로 신경성 위염도 생기고…. 아무튼 질렸어요”라며 “어떤 선생님은 서울에 있는 학교 가기 힘든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수업을 해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세인트존스 칼리지를 지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친구를 좋아해서였다. 이 학교는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4년 교육의 전부다. 교수의 역할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간 토론을 유도하고 정리해주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미국 유학을 결정한 전환점은 세계여행이었다. 4만달러(5500만원 소요)짜리 세계일주 프로그램에 지원해 1년 동안 42개국을 다녔다. 섬유사업을 하는 부모님의 연 평균 소득은 4000만원 미만이었다. 김씨 부모님은 방황하는 딸을 위해 전세금을 빼고 더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그는 “세계일주 프로그램이 실린 신문기사를 보고 ‘나 여기 가볼까?’라고 해서 가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가 일부러 저 보라고 신문기사를 두신 것이었어요. 한마디로 낚인 거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외국 나가보니까 국내에만 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국내 대학에 목맬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 준비는 1년여 걸렸다고 한다. 김씨는 SAT(미국식 대학수학능력시험) 외에 에세이를 쓰는데 정성을 많이 기울였다고 했다. 어려운 문장을 피하고 고등학생답게 진솔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장애인 시설이 모여 있는 천사의 집 등 봉사활동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을 기술했다.

대학 졸업 후 뭘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다고 했다. 다만 “여행 칼럼니스트나 교사에 흥미가 있어요.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거나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