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때도 인사 청탁했네!… 벼슬 구하는 편지 목간 발견
입력 2013-05-22 19:40
“所遣信來 以敬辱之 於此貧薄 一无所有 不得仕也 莫瞋好邪 荷陰之後 永日不忘”(보내주신 편지 삼가 잘 받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이 몸은 빈궁하여 하나도 가진 게 없으며 벼슬도 얻지 못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좋고 나쁨에 대해서 화는 내지 말아주십시오. 음덕을 입은 후 영원히 잊지 않겠나이다)
이처럼 벼슬자리를 청탁하는 내용을 담은 백제시대 편지 목간(木簡)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목간은 나무를 깎아 종이처럼 사용한 것이다. 편지를 쓴 사람은 백제가 사비(부여)에 도읍하던 시기(538∼668)에 사비에 살던 사람으로 밝혀졌다.
학술문화운동단체인 문문(文文)은 25일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새로 만난 문물(文物), 다시 보는 문물(文物)’을 주제로 제2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발표할 백제 편지목간은 2010년 부여군 구아리 319 유적에 대한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의 발굴조사에서 출토됐다. 긴 판자 형태로 아래쪽 일부가 없어졌지만 완형에 가깝다. 크기는 길이 25.2㎝, 폭 3.5㎝, 두께 0.3㎝이다. 글자는 한 구절이 4글자인 4구체이며 앞면에 4언 3구, 뒷면에 4언 5구가 확인된다. 이를 판독한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심상육 선임연구원과 김영문 전 서울대 중문과 강사는 “목간 두께가 비교적 얇고, 문자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보아 종이 또는 천에 옮기기 전에 나무에 내용을 연습한 편지의 초고(草稿)일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부쳐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경기도 성남 판교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비로자나불상 1구와 지장보살상 2구가 모습을 드러내며, 당으로 끌려간 백제 의자왕의 외손 이제(776∼825) 묘지명(墓誌銘)도 소개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