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등 찬양 시집은 수치… 시인협회 집행부는 대국민 사과하라”

입력 2013-05-22 19:40

한국시인협회(회장 신달자)가 근·현대 인물을 공적 위주로 다룬 시집 ‘사람’(민음사)을 내 논란을 빚은 가운데 40∼50대 시인 50여명이 협회 집행부의 사과와 시집 회수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강신애 고영 김요일 맹문재 손택수 이은봉 함민복 등 시인 55명은 22일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글을 협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순수함을 지켜온 것이 시협 회원들의 가장 큰 자긍심이었지만 시집 ‘사람’은 그동안 시협을 소중히 지켜온 회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집의 내용은 전체 회원들의 공의와는 현격한 이반을 보이는 것으로 우리는 ‘시인’이라는 이름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과 재벌총수들에 대해 찬양 일색인 작품을 게재한 점은 동의도 수긍도 할 수 없다”며 “재벌총수들을 찬양하고 그 기업에서 협찬을 받아 책을 출간한다는 수치스러운 발상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협회는 낡고 무기력한 예술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많은 회원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행부에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시집 배포 중지와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자구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인협회는 최근 근대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모아 시집을 내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사들에 대해 공로 중심으로 평가한 시를 포함해 논란을 빚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