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이란 대선… 온건파 유력후보 라프산자니 헌법수호위서 후보탈락 파장

입력 2013-05-22 19:17 수정 2013-05-22 22:51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다음달 14일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확정하면서 중도 온건파 유력후보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8) 전 대통령을 탈락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미국은 성직자 그룹을 대변하는 위원회가 권력을 틀어쥐려 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 내무부는 23일 헌법수호위원회로부터 받은 후보명단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7∼11일 후보등록을 마친 686명 가운데 8명이 최종 확정됐다. 2009년 대선 최종 후보는 4명이었다.

후보 8명 가운데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보좌관인 알리 아카바르 벨라야티(67), 하산 로하니(64) 전 최고국가안보위원회 대표, 혁명방위군 사령관을 지낸 마하바드 마게르 알리바프(51) 테헤란 시장, 사이드 잘릴리(47)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포함되는 등 대부분 하메네이와 가까운 보수 강경파로 채워졌다.

당초 유력시됐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강력히 밀었던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52)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제외됐다.

압바스 알리 카드코다이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라프산자니에 대해 “국가의 중대사를 다룰 사람이 하루에 수시간밖에 일하지 못한다면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말해 오는 8월 79세가 되는 그의 나이를 걸고 나왔다.

그러나 라프산자니가 배제된 데 대해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한 보수성직자 그룹의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최고지도자가 임명하는 성직자 6명과 사법부 수장 추천으로 국회에서 선출하는 민간법률가 6명으로 구성된다.

미국 국무부의 패트릭 벤트렉 대변인은 “선출되지 않아 이란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헌법수호위원회가 모호한 기준을 토대로 수백명의 잠재적 후보들을 탈락시킨 것 같다”며 “순전히 누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지를 기준으로 8명으로 압축했다”고 비난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