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수사] ‘집사’ 역할 전·현직 임직원 2명 ‘입’이 핵심 열쇠
입력 2013-05-22 18:57 수정 2013-05-23 00:33
검찰이 2008년 하반기의 CJ그룹 세무조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베일 속 CJ그룹 차명 재산의 실체가 일부 확인되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CJ 측이 오너 일가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상당 부분을 은닉하거나 유출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세무조사 자료는 이후 조성된 비자금 추적에도 중요 단초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도맡으며 ‘집사’ 역할을 했던 전현직 임직원 2명도 이번 수사의 핵심 열쇠로 꼽고 있다.
◇차명재산·미술품 탈세 자료 확보=CJ그룹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뒤늦게 세금 1700억원을 납부했다. 주로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각해 얻은 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는 이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하던 전 재무팀장 이모(44)씨의 ‘살인 청부’ 의혹 관련 경찰 수사가 발단이 됐다. 경찰은 차명 재산 관련 자료를 입수해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도 2009년 초 관련 내사에 착수했지만 ‘박연차 게이트’로 여력이 안돼 공식 수사는 하지 못했다. 중수부는 다만 CJ 측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시도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 회장을 세 차례 소환조사했으나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서울국세청이 1700억원을 과세하면서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또 세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CJ그룹 측의 국내외 ‘비자금 저수지’를 역추적해 들어갈 계획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서울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자료에는 CJ그룹과 서미갤러리 간 미술품 거래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 138점을 1422억원에 거래했다. 이 자금 출처가 해외에서 조성된 비자금일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자금 관리인 2명 ‘입’ 주목=전 재무팀장 이씨의 판결문에도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한 일부 정황이 드러난다. 이씨는 2005년 4월∼2007년 4월 비서실 재무2팀장으로 일하면서 이 회장의 차명주식(명의선정, 계좌관리, 매입·매도관리) 및 재산(통장, 현금, 수표, 무기명채권) 관리, 자금운용 업무를 주로 했다. 이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를 하는 이른바 ‘관재업무’ 담당자였다.
이씨는 계열사 주식 처분 등 경영권 관련 사항을 제외하고는 이 회장과 CJ㈜ 대표이사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고 오너 일가의 재산을 관리했다. 이 회장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역시 이씨가 맡아 보관했다.
이씨는 2006년 사채업자 박모씨를 통해 비자금 170억원을 운용하다 관계가 틀어지고 이 회장 차명 재산까지 폭로될 위기에 빠지자 박씨를 청부살해하려 했다는 게 검찰 공소 요지였다. 결국 이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이 재판에서는 이 회장 차명 재산이 일부 공개됐다. 이씨 상사인 S부사장은 경찰 조사 때 “2008년 9월 기준으로 재무팀장이 관리·운용하는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은 금융상품 240억원, 상장주식 115억원, 비상장주식 119억원, 펀드 63억원 등 총 537억원 정도”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관리하던 자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이 회장에게 발송한 자료를 저장해 둔 USB 메모리를 찾아냈으며 그 안에 CJ 비자금 일부 현황, 일지 등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