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수사] 홍콩 5개 법인 주소 같아 ‘페이퍼 컴퍼니’ 악용 의혹

입력 2013-05-22 18:57 수정 2013-05-22 22:55

CJ그룹이 해외 비자금 조성지로 지목된 홍콩에서 8개의 해외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들 해외 법인 중 일부는 지주회사 형태로 여러 나라에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이 지난 15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 측이 홍콩에 세운 8개 계열사 중 CJ차이나, CJ글로벌홀딩스, CGI홀딩스, CMI홀딩스, UVD엔터프라이즈 등 5개 업체가 모두 완차이 지역의 대형 건물 30층 사무실 1곳에 주소지를 등록했다. 계열사 여러 곳을 둔 대형 지주회사가 모두 건물 한 곳에 사무실을 마련해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제기된다. 완차이 지역은 국외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세금회피 지역으로 알려졌다.

특히 CJ글로벌홀딩스는 2006년 6월 CJ그룹의 해외 사료사업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만든 지주회사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14개 자회사와 2개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917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통해 3자 배정 방식으로 CJ글로벌홀딩스 지분을 취득했다. CJ글로벌홀딩스는 설립 이후 적자와 자본잠식이 계속되다 유상증자 전후 소폭 흑자 전환했지만 2011년과 지난해 다시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다른 지주회사인 CMI홀딩스(자산 규모 219억원)와 CGI홀딩스(447억원)는 각각 2008년 5월과 2009년 3월 설립됐다. 1997년 설립된 UVD엔터프라이즈의 자산은 135억원이다. CJ그룹은 이밖에도 홍콩에 대한통운 물류유한공사와 CJ GLS, 갤럭시 네트워크기술, 시뮬라인 홍콩 유한회사를 운영 중이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2008년 이후 CJ그룹의 해외 금융 거래다. 특히 홍콩의 경우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회피, 비자금 조성지로 거론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과 비슷한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박 회장은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을 포탈해 실형이 선고됐다. 이 회장 측이 홍콩에 세운 지주회사를 통해 배당금을 빼돌렸거나 물품거래 과정에서 시가보다 낮게 거래해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CJ그룹 측은 “CJ글로벌홀딩스는 사료회사의 투자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해당 법인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을 검찰 수사와 연관지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