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차림 김정은 특사… 中에 ‘軍心’ 과시?
입력 2013-05-22 18:50 수정 2013-05-22 22:11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2일 자신의 최측근이자 핵심 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중국에 전격 파견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특사를 중국에 보낸 것은 처음이다. 올 초부터 이어진 한반도 정세 전환 여부를 가늠케 할 중대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사실상 2인자인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은 특히 최근 수개월간 악화일로를 걷던 북·중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고 김 제1위원장의 방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사 파견은 또 6월 7∼8일 미·중 정상회담, 6월 말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동북아 안보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미·중 최고위급의 4각 연쇄 접촉이 향후 한 달 새 이뤄지는 셈이다.
‘김정은 동지의 특사’인 최 총정치국장은 특히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을 면담한다면 북한 최고지도부가 공식 천명한 핵무력 증진·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소개하고 북·중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위원장 집권 후 첫 중국 방문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특히 선군(先軍)정치를 계승한 김 제1위원장이 명실상부한 군부 2인자인 최 총정치국장을 보낸 데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측 관계 급랭을 가져온 군사·안보 이슈를 일괄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이다. 북·중은 지난해 11월 이후 고위급 교류가 중단됐고, 특히 중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동참 이후 최악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 총정치국장은 차수 계급장을 단 인민군복을 입고 방중길에 올랐다. 정통 군인 출신이 아닌 최 총정치국장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겸하고 있어 굳이 중국 측 인사와의 회담에서까지 군복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그의 군복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위기국면 조성을 주도한 자신이 군부를 대표해 중국을 찾았으며, 협상에서도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도 백악관에서 이뤄진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 군복 차림으로 나타나 외교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특사 파견을 계기로 한반도에 대화 모드가 조성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김 제1위원장이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자신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북·미 및 남북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특사 파견은 북·중 양자관계 개선에 국한된 것으로, 이를 비핵화 등으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에 관계 개선에 나서자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한 것이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선다는 신호로 보는 것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도 특사 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조 쌍방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및 공통 관심사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