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때 ‘정부 특사’ 파견… ‘최고지도자 특사’ 訪中은 처음

입력 2013-05-22 18:49


북한은 자신들 입장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질 때는 특사를 파견해 왔다. 그러나 22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인 1994년 8월 30일 송호경 외교부 부부장을 중국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권력 승계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송호경에 대해 ‘정부 특사’라고 밝혔고 그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나지 못했다.

북한은 2010년 9월 28일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를 열어 김 제1위원장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해 후계 체제를 공식화한 지 이틀 뒤 최태복 당 비서를 중국에 보냈다. 최태복은 김 위원장 특사가 아닌 노동당 대표단장 자격이었다. 북한은 김 제1위원장 체제가 출범하고 나서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낼 때도 최고지도자 특사가 아닌 ‘조(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했다.

반면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는 최고지도자의 특사를 파견했던 적이 있다. 북한은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같은 해 9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을 한국에 보냈다. 김용순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를 논의했다.

2000년 10월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제로 바꿔 공식적으로 6·25전쟁을 종식하는 데 노력한다는 내용의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김기남·김양건 노동당 비서로 구성된 특사조문단을 보내기도 했다. 조문단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협력의 진전’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