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일가 3명 대상 역외탈세 조사 본격 나섰다
						입력 2013-05-22 18:44   수정 2013-05-23 00:31
					
				뉴스타파가 22일 한국인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 설립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세청은 이미 미국·영국·호주 국세청과의 협조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대한 별도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당장 뉴스타파가 공개한 3명의 재벌 총수 일가의 해외 자금유출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 3명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26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자료에 포함돼 있는 인사다. 국세청은 그동안 ICIJ의 자료 입수를 시도했지만 ICIJ가 정부 측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이날 3명을 포함, 당분간 매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을 공개키로 하면서 이들의 탈세 가능성에 대한 정밀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세청은 당사자나 기업의 해외 계좌 개설 여부, 계좌의 성격, 개설 방식 및 사용 내역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탈세 혐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탈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ICIJ보다 더 많은 400GB의 역외탈세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힌 미국·영국·호주 국세청과의 자료 공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쿡제도 등 세계 여러 조세피난처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국세청은 현재 구체적인 자료 확보를 위한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조사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스타파의 발표 정보가 한정돼 있는 데다 해외 공조 역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간의 조사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세피난처에 계좌나 법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탈세와 연결된 것은 아니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공개된 이들이 조사에 철저히 사전 대비할 것으로 보여 조사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인사들 및 기업에 대한 탈세 여부를 검증하는 게 우선”이라며 “하지만 공개된 내용이 탈세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 충분치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Key Word : 조세피난처는
조세피난처는 통상 완전조세회피 지역인 ‘조세 천국(tax paradise)’, 국외소득 면세지역인 ‘조세피난처(tax shelter)’, 특정 법인이나 사업소득에 대해 면세하는 ‘조세 휴양지(tax resort)’ 등으로 분류된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는 이들 지역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실체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를 설립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를 통해 해외 계좌를 설립한 뒤 국내 자산을 빼돌리거나 사업수익 등에 대한 탈세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 지역은 철저히 비밀주의에 입각해 운영되기 때문에 그동안 전 세계 세무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