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부실하니 고수익에만 연연… 5060 금융사기 주의보

입력 2013-05-22 18:33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은퇴 전후의 50·60대 투자자들이 금융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후 대비를 하지 않아 생활자금이 절실한데도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높은 수익률만 기대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이해 없이 복잡한 구조의 주가연계증권(ELS),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원금을 날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정도가 낮은 계층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프로세스’ 구축 작업에 나섰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지난해 말 50대 614명, 60대 116명의 투자 태도를 조사한 결과 고령층일수록 금융사기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50·60대 투자자는 우선 은퇴 대비가 부실했다. 은퇴 이후의 경제적 대비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4%(249명)에 달했다. 50대의 34.9%(214명), 60대의 30.2%(35명)가 노후 준비에 손을 놓은 상태였다.

부실한 노후 대비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2 고령층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이 느끼는 가장 큰 괴로움은 ‘경제적 어려움’(42%)이다.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50·60대 투자자는 시장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 금융투자상품의 기대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50대는 평균 22.93%, 60대는 평균 18.82%의 수익을 거두면 투자를 그만둘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9.38%,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3.11%였다. ‘이만큼 원금을 잃을 수 있다’고 이해하는 비율인 위험 감수율은 50대가 평균 14.51%, 60대가 14.81%로 조사돼 기대 수익률과 격차가 컸다. 많이 얻고 싶은 반면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은 작은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 수익률, 낮은 금융투자상품 이해도 등으로 고령층은 쉽게 금융사기의 먹잇감이 된다. 재단은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미래에는 금융사기 피해자 수와 규모가 상당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은퇴 대비가 부실한 캐나다 고령층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19%가 금융투자사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미 재단 연구원은 “금융투자사기 예방을 위해 고령자 투자보호제도 도입 활성화, 금융사기 고령자 돕기 노력의 체계화,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에서의 금융관리 심리검사 프로그램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가 가시화되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연령대별 감독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고령층 금융사기 피해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고령층의 금융투자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부녀자나 장애인 등 금융투자상품 이해도가 낮은 다양한 계층을 종합대책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등의 불완전판매 테마 검사를 진행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