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에도 힘 못쓴 일본 차… 현대차는 ‘으랏차차’

입력 2013-05-22 18:27


엔저로 판매 호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최근 실적이 의외로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브릭스 국가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선방하고 있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4월 유럽 시장에서 도요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어든 17만9342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이 4.6%에서 4.3%로 낮아졌다. 닛산도 판매가 5.4% 줄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유럽에서 25만895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이 5.8%에서 6.2%로 0.4% 포인트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에서 일본차에 크게 앞섰다. 중국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 비해 32.5% 늘어난 52만9603대를 팔았으나 도요타는 11% 줄어든 26만1100대를 판매했다. 러시아에서도 현대·기아차는 11만6609대를, 도요타는 4만9548대를 팔았다.

엔저 영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차 상당수가 일본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엔저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은 해외 생산 비중이 80%에 가깝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저 효과를 기대하고 수출량을 늘리려면 부품 조달망 및 유통망 등 자동차산업 전반이 살아나야 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차 업체들이 그동안 미국 시장에 치중해 왔던 점도 엔저를 즐기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엔저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일본차의 인기도 미국만 못하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의 판매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힘들어졌다. 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된다 해도 미국 시장 위주의 일본 빅3가 다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일찌감치 유럽과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세계 주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도요타의 판매는 거의 대등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