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부메랑?… 日 4월 무역적자 34년 만에 최대치

입력 2013-05-22 18:27 수정 2013-05-23 00:42

양적완화와 엔저 효과로 들떠 있는 일본 경제가 실제론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22일 발표한 지난달 무역통계(통관 기준)에 따르면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가 8799억엔(9조549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4월에 기록된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일본 언론들은 지속된 엔저 영향으로 화력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에너지 수입액이 급등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중국과의 무역 역조도 적자폭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4월 수출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자동차 판매가 꾸준한 호조를 보이며 지난해 동기 대비 3.8% 증가한 5조7774억엔(약 62조5000억원)을 기록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수입은 9.4% 증가한 6조6573억엔(약 72조2000억원)으로 6개월 연속 수출 규모를 압도하며 늘어났다. LNG 외에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의류와 전자부품 수입액 증가폭이 특히 컸다.

이렇듯 ‘아베노믹스’의 함정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임에도 일본은행은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판단을 ‘회복되고 있다’로 상향 조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달 ‘하락세를 멈추고 회복 움직임이 보인다’고 판단한 데 이어 다시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5개월 연속 경기 판단에 대한 상향 조정을 이어갔다.

일본은행은 여전히 금융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시점까지 양적·질적 완화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며 탄력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국채 매입의 속도와 대상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섣부른 긴축이 미국경제 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22일 미국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고용시장이 일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고용시장 전망이 눈에 띄게 나아질 때까지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긴축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올해 연방정부 재정이 움츠러들면서 이미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상승 출발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