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무역 통로 신의주 관광 서방인에 첫 허용…中여행사와 가격 조율 중
입력 2013-05-22 18:20 수정 2013-05-23 00:38
북한 당국이 서방 외국인에게 최대 접경 도시인 신의주 관광을 처음 개방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하는 신의주는 북한과 중국의 주요 무역 통로다.
중국인에게만 한정해 왔던 신의주 관광을 서방 외국인에게 처음 개방한 것은 중국의 잇따른 대북 제재 및 개성공단 폐쇄, 이로 인한 외화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인 지난달 10일 육로를 이용한 북한 관광을 전면 차단했으며 최근 들어 일부 여행사만 북한 관광을 재개한 상태다.
“시몬 코커렐을 따뜻하게 환영합니다.”
지난 20일 북한 신의주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화려한 전광판이 설치됐다. 흔하지 않은 이 전광판은 북한 무역 랜드마크인 신의주를 방문한 영국인 시몬 코커렐(35)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는 처음 합법적으로 신의주를 방문한 ‘고려 투어’ 코커렐 관광 단장은 북한 관리들과 회의를 가진 후 혁명박물관, 김일성동상, 미술관과 스튜디오, 유치원, 공원 등을 둘러봤다. 점심은 압록강가에 자리한 식당에서 먹었다.
코커렐 단장의 방문은 중국 베이징에 기반을 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가 10년간 노력한 끝에 성사됐다. 코커렐 단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상품과 사업가들이 매일 드나드는 신의주는 국경지역으로서의 분위기가 있는 흥미로운 마을”이라며 “이미 관광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데다 주민들 또한 외국인에게 익숙하다”고 관광 상품성을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도 서방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점이다.
신의주는 특히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신의주 강변에서는 한국전쟁 때 끊어진 ‘압록강 단교’가 보인다.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한 이 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참전을 막기 위해 미국이 폭파했다.
단둥에서 차량이나 기차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신의주는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접근하기 쉬운 관광지다. 그러나 서방 외국인은 이제껏 중국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의 허가된 다른 관광지로 향하는 과정 중에만 창 밖으로 신의주를 볼 수 있었다.
중국 시안에 소재한 또 다른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어니어’도 26일 신의주 시범 관광을 앞두고 있다. 영 파이어니어 창업자 가렌스 존슨(32)은 “지금까지 북한 관련 상품은 최소 3일짜리밖에 없었는데 신의주는 중국과 가까워 일일 관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관광객도 쉽게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두 여행사는 현재 신의주 관광 상품 공식 출시를 앞두고 북한 협력 업체와 가격을 조율하고 있다. 신의주 일일 관광 또는 평양 등 이미 허가된 관광 지역과의 연계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한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이 불가능하며 언론인 관광 또한 제한이 따른다.
CNN은 서방인 관광객의 지갑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커렐 단장은 이에 대해 “북한 시민이 외부 세계와 인간적 접촉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록 가벼운 접촉이라 할지라도 북한 시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관광산업은 아직 난항을 겪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비운의 호텔(hotel of doom)’로 불리는 평양의 유경호텔은 최대의 실패작으로 꼽힌다. 북한은 1987년 프랑스와 합작으로 5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난이 발생, 현재까지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