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개성공단 폐쇄한 것은 ‘불안’이 ‘욕심’ 이겼기 때문” 38노스 보고서
입력 2013-05-22 18:18
북한 정권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공단이 야기할 수 있는 체제 약화 ‘불안’이 경제적 이득을 원하는 ‘욕심’을 능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박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동향 정보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은 개성공단 조업이 중단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만수로프 박사는 북한이 지난 3월 ‘남북관계는 이제 사실상 전쟁상태’라고 선언한 이후 개성공단은 달러를 벌어들이고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정치·외교적 자산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개입 위험성에 노출된 전략·군사적 부담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 대해 개성과 황해북도 주민을 이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독’시킬 ‘모기장에 난 구멍’으로 생각해 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그들은 언제라도 즉시 이를 폐쇄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세 가지가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였다. 첫째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경우 개성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민 소요 가능성인데, 이는 거의 확실한 외국의 지원과 맞물려 시리아 사태와 같은 전국적인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둘째는 이 경우 미국과 한국이 개성공단에 ‘인질’로 억류될 수 있는 남한 근로자 구출을 명분으로 특별 구출작전을 펴게 되며 이는 순식간에 북한 전역에 대한 침략으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는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장소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만수로프 박사는 불안이 욕심을 제압했고, 만성적인 북한 체제 내부 취약성이 잠재적인 외부의 영향을 단절하는 쪽으로 이끌었다고 결론 내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