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일교회’ 창립 60주년…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중심, 이젠 평화선교 위한 거점된다
입력 2013-05-22 18:07 수정 2013-05-22 22:01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 역할을 한 서울 오장동 서울제일교회(정진우 목사)가 26일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서울제일교회는 당시 담임이었던 박형규 목사의 투옥과 7년간 중부경찰서 앞에서 드린 거리예배 등으로 유명하다.
서울제일교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창립기념 예배를 드리고, 오후 60주년 행사인 ‘은총의 60년, 평화의 새역사’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앞서 교회는 지난 12일 김석봉 남북평화재단 사무국장을 초청해 평화교육을 진행했다. 지난 19일에는 신군부의 박해로 수차례 옮겼던 종로 일대의 예배 처소(옛 시립병원 강당, 을지로 가구점, 중부경찰서 앞, 기독교회관 등)를 교인들과 함께 돌아보며 역사순례기도회를 가졌다.
서울제일교회는 1953년 5월 17일 고(故) 이기병 목사와 10여명의 교인들에 의해 설립됐다. 첫 예배는 을지로5가 옛 시립병원 간호학교 강당에서 드렸다. 이 목사를 비롯해 서울제일교회의 초기 성도들은 대부분 종교적 박해를 피해 북한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다. 교회에 정착한 성도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실향의 슬픔을 달래며 공동체를 이뤄갔다.
교회는 72년 당시 수도권 도시빈민선교 운동가였던 박형규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맞으며 한국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박 목사는 20년간 서울제일교회에서 사역하며 건물이나 직제, 예전 등 ‘보이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성도의 모임으로서의 ‘보이지 않는 교회’를 강조했다. 박 목사의 지도에 따라 교회는 유신체제와 신군부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주력했고, 이로 인해 박 목사와 성도들은 같은 기간 수차례 구속과 석방을 경험해야 했다. 교회는 또 당시 공안당국의 예배 방해로 84년 12월부터 91년 11월까지 7년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서울 중부경찰서 앞에서 길거리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후 교회는 민주화운동 당시 생긴 교회 내적 갈등을 치유하고, 취약계층 및 평화사역에 집중해 왔다.
교회는 60년사 발간과 함께 본관 앞에 지하 1층, 지상 12층의 교육관(연면적 2134㎡)을 신축할 예정이다. 신축될 교육관에는 오장동 일대에 부재한 ‘북카페’를 열어 지역사회와 소통할 계획이다. 북카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되며, 인문학 서적을 구비해 인근 직장인과 지역주민의 인문학 소양 함양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교육관 5층에서 12층까지는 19∼23㎡(6∼7평) 넓이의 도시형생활주택 40실을 마련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할 예정이다. 교회는 건축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안정된 후에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독거노인 주거시설과 청년 학사로 개조해 취약계층을 섬길 예정이다.
정진우 목사는 22일 “창립 60주년의 핵심은 나와 예수, 교회와 예수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그리스도께 보다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교회가 인권과 민주화운동의 중심 교회였다면, 이제는 평화선교를 위한 거점이 되고자 교인들과 함께 신앙적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