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눈치채고 훈계했다가… 보이스피싱 해코지 주의보
입력 2013-05-22 18:04
“검찰입니다. ○○씨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계좌로 돈을 이체시켜야 합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치료비를 보내주셔야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전화 내용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사건이 1402건(피해액 134억원) 발생했다.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경우가 45%로 가장 많았고, 금융기관 사칭형(19%), 자녀 납치 빙자형(15%) 등이 뒤를 이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눈치 채고 범인을 골탕 먹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 엄마랑 같이 있는데 ‘엄마가 길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며 다짜고짜 50만원을 입금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보이스피싱을 눈치 채고, ‘돈을 보내겠다’고 한 뒤 계좌로 ‘18원’을 송금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더니 나중엔 욕을 하길래, 같이 욕으로 맞섰다”며 통화녹음 파일을 첨부했다. 댓글에는 ‘속이 시원하다’ ‘나도 해봐야겠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골탕 먹였다가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얼마 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사기 치지 말고,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라”고 면박을 줬다. 보이스피싱 범인은 ‘두고보자’며 전화를 끊었고, 곧이어 이씨 주소로 치킨과 피자, 중금음식 등 20만원어치 음식이 배달됐다. 이씨의 주소, 전화번호, 이름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복하기 위해 음식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다. 직장인 서모(27·여)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전화에 대고 조선족 말투를 흉내 내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짱X야”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서씨는 “일주일간 ‘너희 집에 찾아가겠다’, ‘죽여버리겠다’는 등 협박전화가 10분 단위로 와서 온 가족이 고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극했다가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고 빨리 전화를 끊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