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금 야근금지 ‘가족의 날’ 미묘한 갈등
입력 2013-05-22 18:04
“‘가정의 날’에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
“업무가 밀려 있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퇴근할 수 있겠어요. 불가피한 경우엔 야근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서울시 본청 모 국장)
서울시가 매주 수·금요일에 시행하고 있는 ‘가정의 날’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시공무원 노조와 일부 직원들이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직원들은 제도를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매주 수·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야근을 하지 못하도록 오후 7시부터 신청사와 서소문별관 실내 전등과 옥외 야간조명을 끄고 있다. 이날만이라도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에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야간에 초과근무를 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저녁엔 구내식당과 체력단련실도 문을 닫는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가정의 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주무관급 직원은 “그날에는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가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간부급을 중심으로 일부 직원들이 오후 7시 소등 이후 스탠드를 켜 놓고 업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공무원 노조는 이와 관련해 “아직도 늦은 시간까지 필요 이상으로 자리를 지키는 일부 간부들 때문에 직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에 지난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3주간 주무과장을 포함한 3급 이상 간부들의 가정의 날 퇴근 시간을 직접 확인해 어기는 간부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노조의 이런 방침에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강선섭 시 인력개발과장은 “‘가정의 날’은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라면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데도 야근을 못하게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