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8강 탈락 분 못이겨 라커룸 기물 파손… 中축구 발전 아직 멀었다
입력 2013-05-22 17:50 수정 2013-05-22 22:42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베이징 궈안(중국). 경기가 끝난 뒤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FC서울을 상대로 1대 1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1-0으로 앞서다 1대 3으로 역전패했으니 말이다. 화를 삭이지 못한 베이징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기물을 파손하며 난동을 부렸다. 라커룸 표지판을 잡아 뜯고 출입문, 휴지통, 화이트보드 등을 걷어차 못 쓰게 만들어 놓았다. 프로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앞으로 베이징과 홈경기를 치르는 클럽은 라커룸에 경비를 세워야 할 것 같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혜택으로 중국 프로축구는 급성장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부호들이 축구단을 인수해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던 스타들과 명장들을 대거 영입했다. 더욱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자 중국 프로축구는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베이징이 있다.
베이징은 2009년 리그 우승을 포함해 지난 일곱 시즌 동안 리그 3위 이상을 여섯 차례나 기록하며 꾸준히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0년엔 상하이 선화(2006년) 이후 중국 클럽으로선 처음으로 16강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수원 삼성에게 무릎을 꿇었다. 절치부심한 베이징은 이번 대회를 위해 세르비아 출신의 스타예노비치 감독을 영입했으며, 연봉 23억원을 주고 프레데릭 카누테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세비야에서 데려왔다. 그러나 베이징은 이번 서울 원정에서 중국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외형적인 투자만으로는 선진 축구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FC서울 관계자는 22일 “기물 파손에 대해 AFC를 통해 베이징 측에 변상을 요구할 방침이다”며 “AFC에 정식으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며 보상 문제를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