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세우자] 전수할 것은 무엇인가
입력 2013-05-22 17:33 수정 2013-05-22 22:06
한국교회에 주신 정체성 물려줘 신앙단절 막아야
5월이 가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보내며 가정과 교육 공동체에서 서로의 수고에 감사하고 위로하며 다음 세대를 향한 우리의 교육을 되돌아봤을 것이다. 함께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올바르게 전수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슬람국가와 같은 틀을 가질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국가적 영향력 이전에 기독교 신앙 공동체 내에서 영적 전통을 이어가는 것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사회적 시스템을 보면 강력한 사회적·국가적 통제 아래 라마단과 율법을 존속해가는 이슬람 사회나 공통된 의식과 제도로 자기 신앙을 유지해 나가는 11억 인구를 가진 힌두교 나라 인도에 비해서 기독교의 사회적 기반은 너무나 취약하다.
강제력을 가지고 신앙적 틀로 묶어둘 모든 기반이 오늘날 기독교 세계에서는 상실돼 버렸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청소년과 다음 세대를 향한 대안이 마련된 기독교 사회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자유의지와 자발성이 신앙의 모든 의무적 측면을 파괴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너무나 중요해서 오히려 답을 내지 못한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우리의 신앙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위해 어떤 유용한 틀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둘째, 복음의 확장을 위해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
첫 번째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전수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같은 물음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은 당연히 “하나님 말씀이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전수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는 정체성의 의미와 시대성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다른 시대, 다른 지역과 달리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독특성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그것을 주셨는가’라는 물음은 바로 ‘전수할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의미다.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에 전수할 무엇’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지나온 역사 속에서 공통된 정체성을 찾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수많은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교리적 신조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동일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이든 아니면 한국전쟁 이후의 회개운동이든 어떤 시점을 근거로 해서 우리 민족과 교회에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반추하고 그 속에서 한국교회 최초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지나온 시대의 은혜 가운데서 타락과 회복을 반복해온 역사 속 교회의 아픔과 성장을 정리해보면 분명한 사명과 영성이 정립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성장시키신 이유이고 우리가 전수해야 할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립된 사명 속에서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이 교리 표준과 신조를 정하고 그 시대의 신앙고백들을 체계화한 것을 본 우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우리 시대의 신앙교육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각 교단마다 나름대로 정해진 교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백년 전 결정된 이 교리 체계들에 오늘날의 시대성을 새롭게 반영하고,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독특한 사명으로 다시 옷을 입어야 한다. 모든 교육 내용을 동일하게 묶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과 100년 남짓한 한국교회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은총의 순간들을 되새기며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특별한 사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것은 한국교회의 연합의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의 인간적 친분만을 이용한 교회 연합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공통의 역사와 기억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모두가 동의할 만한 대의적·시대적 사명이 제시돼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전수될 때 한국교회는 분리의 아픔과 세대적 단절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이즈업 무브먼트의 독특성을 정리해보면, 하나는 ‘자신을 개혁하고 세상을 바꿔라’는 외침 속에 나타난 분명한 방향성이다. 또 하나는 ‘우리 선배들의 간절히 부르짖는 기도에서 기복(祈福) 신앙을 제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0년 전 나는 우리 민족의 한(恨)과 과거의 아픔 속에서 교회가 이토록 부흥하고 온 나라가 일어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부르짖는 기도’ 속에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 그 부르짖음 속에 스며든 병폐가 기복 신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것은 사실 특별한 통찰력이 없어도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전통을 우리의 깃대로 삼았을 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임하는 것을 봤고, 우리의 선교활동을 통해서 타 문화권의 민족들에게도 이 간절함의 체질을 전파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됐다.
왜 세계 모든 민족 가운데서 한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억압과 과제를 짊어져야 하는가.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처럼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10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외의 나라에서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의 일과가 학업으로 가득 채워진 청소년들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고3만 되면 엄청난 사회적 압력과 갈등을 떠안게 된다.
그래서 우리 10대들에게는 간절함의 영성이 먹혀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벗어나기 힘든 억압적 상황이 오히려 우리 선배 신앙인들의 간절함을 전수받게 만드는 통로가 되고 있다. 합리적 시스템이 아니라 한국교회 공동체에 주신 독특한 영성이 결국 다음 세대를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체험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과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보편적인 은혜를 찾고 그 내용을 통해서 세대적·신앙적 단절이 극복되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다. 역사를 좀 더 정리해보면 지켜야 할 한국교회의 전통들을 체계화할 수 있고, 버려야 할 구습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공유해야 할 정체성과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서 붙잡아야 할 단순한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 시스템이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허락하신 특별한 은혜와 전통을 통해 신앙의 전승이 이뤄지게 되고, 이것이 교회를 하나 되게 한다. 이런 진실 속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 교육과 그로 인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이동현 대표 <라이즈업무브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