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가버린 김광석에게 미안한 마음 전하고 싶었어요”

입력 2013-05-22 17:16 수정 2013-05-22 22:47


그룹 ‘동물원’ 출신 김창기, 13년만에 2집 솔로앨범 발표

그룹 ‘동물원’ 출신의 가수 김창기(50)가 2집 ‘내 머리속의 가시’를 들고 돌아왔다. 2000년 솔로 1집 ‘하강의 미학’을 발표한 지 13년 만이다. 그가 1980∼90년대에 ‘거리에서’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널 사랑하겠어’ 등 무수한 명곡을 남긴 싱어송라이터였음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13년의 공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운영하는 소아청소년 발달센터 ‘생각과 마음의원’에서 최근 김창기를 만났다. 연세대 의대 82학번인 그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다. 동그란 안경테를 쓴 동안의 모습. 안정된 생활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더불어 대중의 선택을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음악가의 초조함이 함께 느껴졌다.

1집 앨범은 평단의 극찬과 달리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 만들기를 주저했다. “팬들의 관심이 없을까봐 두려워서 음악을 하지 못한 거죠.” 의사답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Steve Blass syndrome)에 빗댔다. 야구 선수가 심리적 이유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제구력 난조를 겪는 현상이다.

그걸 깨뜨린 건 열두 살 딸내미였다. 지난해 ‘나는 가수다’ 등 노래 프로그램의 열풍으로 그의 노래가 많이 불려지자 “아빠는 노래 왜 더 안 만들어”라고 질문을 던진 것. 병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원하는 걸 두려움 없이 찾아나서라”고 조언하며 살면서 자신은 회피하는 상황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결심을 하고나니 정작 노래가 안 만들어졌다. “절박해야 노래가 나오는데 안정된 생활에 도저히 ‘필’로 하는 건 안 되더라고요. 젊은 시절 격정적일 땐 그게 가능했지만. 그래서 계획 세워 공부하듯 노래를 만들었죠. 새벽 5시에 일어나 한두 시간 머릿속에 멜로디가 들리면 악상을 옮겨 적고, 가사는 하고 싶은 얘기를 정한 다음에 고민하며 간결하게 썼어요. 100곡을 채운 뒤에 지난해 12월부터 녹음을 했죠. 사실 연탄재가 굴러다니는 2월에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꽃 피는 봄이 됐네요. 그렇다고 1년을 미룰 순 없었어요(웃음).”

2000년 1집이 쓸쓸한 인간 하나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본인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앨범은 ‘실연과 극복’이란 콘셉트로 만들었다. 보편적인 사랑과 실연의 노래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의 ‘절충’을 한 결과다. 오래간만의 앨범 녹음이라 보컬 선생님을 찾아가 노래 지도도 받았다. “자세가 잘못된 것, 입을 작게 벌리는 것, 호흡 등에 대해 새로 배웠죠. 천천히 연습하긴 했는데 노래가 많이 늘진 않네요(웃음).”

자기 복제를 경계하며 고른 12곡은 다양한 색채를 자랑한다. 앨범에서 어쿠스틱 편곡과 풀 세션 버전으로 담긴 ‘원해’는 타이틀로 염두에 뒀던 곡. 작업에 참여한 젊은 연주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하지만 고심 끝에 고른 타이틀은 결국 친구 고(故) 김광석을 향한 노래 ‘광석이에게’가 됐다.

“광석이 이야기를 하는 게 오랫동안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 친구가 그렇게 떠나지 않고 살아있으면 좋았을 텐데. 늘 광석이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만 보고 싶은 마음, 미안한 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친구 팔아먹는단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노래가 이렇게 진하게 나와서 타이틀로 할 수밖에 없었네요.”

1987년 김광석 김창기 박경찬 박기영 유준열 이성우 6명으로 시작한 그룹 동물원. 김창기는 1997년 7집을 끝으로 동물원을 떠났다. 8집 때부턴 박기영 유준열 배영길 세 사람이 이어가고 있는 동물원은 요즘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고 있다. 같이 하고픈 맘은 없을까. 그는 “음악의 색깔도 다르고. 그 친구들은 그동안 진화했는데 쉬고 있던 제가 따라잡으려면 어려우니 같이 하기는 어렵겠죠.”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단독 콘서트까지 결심은 못했다. 그런데 가수 김민기가 전화로 제안을 해서 7월 20일부터 서울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단다. “앞으로 연습한다고 많이 늦으면 딸내미가 싫어할 텐데,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죠.” 13년 만의 외출. 팬들이 그를 어떻게 반겨줄지 궁금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