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장혁] 물류, 창조경제 중심에 서기를
입력 2013-05-22 17:41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현안 및 향후 국정과제 실천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번째 국토부 업무보고이자 해양수산부와 분리된 이후 물류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큰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토부의 물류 관련 주요 추진과제 중 주요한 내용은 기업 대상 3자 물류 시행 확대와 이를 위한 기업 인센티브 제공, 화물운송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타 운송업체에 일괄위탁 금지, 화물운송 표준 운임제 도입과 더불어 대기업 집단의 물류 분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및 관련 법령 개정 추진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3자 물류 확대 시행은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 정부는 물류 업체들이 기업 활동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국내 물류의 선진화를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시장논리에 따라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국내 물류 환경 조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센티브만으로는 기업의 관심을 이끌 수 없고 국내 물류 선진화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4자 물류, 나아가 5자 물류까지 확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처진 진부한 계획으로는 창조경제 실현이 요구되는 현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또한 표준 운임제를 도입하여 화물운송시장 개선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대형 화물차량 공급 과잉과 택배 공급 부족에 대한 상쇄 정책을 통해 불균형 상태의 수요공급을 시장 구조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나마 대기업의 물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국내 물류의 상생과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기에 환영할 만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국토부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는데, 현재 4대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물류행정 업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물류정책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부서간 칸막이 제거가 강조되고, 협업을 통한 정책 시너지가 강조되고 있는 때 시의적절한 제시이기는 하지만 그 외 물류 추진과제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물류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존 국토부의 계획을 승계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듯 국토부와 해수부의 물류정책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부합할 만한 모멘텀 부재 상황이다. 창조산업에는 고부가가치산업인 물류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데, 창조경제에서 융·복합이 강조되고 있듯 물류는 큰 범위에서 교통과 유통을 포괄하는 통섭의 개념이기에 기존 물류 기술을 응용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면 별도의 창조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동원해 산업화를 창조할 필요 없이 물류기반 중소·대기업 간 상생 구조의 확대, 중소·벤처기업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확보, 사업화와 투자, 이에 따른 위험감수 부담도 없다.
창조경제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물류대국인 한국은 물류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여건에 있다. 비단 창조경제를 위해서만 물류가 창조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동북아 물류강국의 자리를 보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류 경쟁력 상실로 인한 수출무역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시대적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국토부와 해수부는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창조산업을 준비하는 현 정부 정책에 맞춰 흩어져 있는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