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풍경-‘그날들’] ‘영원한 가객’ 김광석에 빠지다
입력 2013-05-22 17:36 수정 2013-05-22 22:46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故 김광석의 ‘그날들’) 청와대 경호부장 정학은 20년 전 갑자기 사라진 경호실 동기 무영을 그리워하며 이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친구에 대한, 지나간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대목이다.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사랑했지만’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시(詩) 같은 노래들이 펼쳐진다. 2시간30분 동안 ‘영원한 가객’의 노래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김광석과 1980∼90년대에 향수를 가진 이들에게 분명한 선물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 뮤지컬은 김광석을 만나 반가운 동시에 그가 더욱 그리워지게 만든다. 여러 명의 배우를 다 합쳐도 김광석 한 명의 목소리가 주는 감동에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그의 노래가 무대의 좁은 틀 안에 갇혀 버린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찌 이 공연을 놓칠 수 있으랴.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첫 대형 뮤지컬이 아닌가. 6월 30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뮤지컬센터.
한승주 문화생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