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방내기’ 승부

입력 2013-05-22 17:10


최근 프로기전에서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방내기’를 도입한 기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새롭게 시작된 ‘2013 바둑nTV배 팀서바이벌전’은 시니어기사와 여류기사가 2인 1팀으로 각각 시니어 대 여류로 크로스 대국을 벌여 두 판의 집수를 합산해 승패를 겨루는 독특한 방식이다. 만약 돌을 던질 경우에는 50집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불계승을 거둔 팀은 같은 편이 50집 이하로만 진다면 그 팀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대진방식도 추첨이 아닌 지명으로 소위 만만한 팀을 선택해 대결할 수 있어 팀 간의 미묘한 신경전 또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합은 두 판의 대국이 나란히 양옆에서 진행돼 같은 팀 바둑의 형세를 확인하면서 자기 바둑에 대한 작전을 세울 수 있다. 그래서 반집을 다투며 정교하고 치밀하게 전개되던 기존 프로들의 바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집수를 계산하는 이색적인 방법인 만큼 50집 차이를 인정하는 불계패도 속출하고, 바둑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마지막까지 계산을 해 68집 반을 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연출해 바둑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기보는 고재희 8단과 김윤영 3단의 본선전.

<장면도> 백1로 좌변을 눌러가며 실리를 내어주고 중앙의 두터움을 만든 장면. 다음 흑의 한수는 하변이 큰 자리로 A가 눈에 들어온다. 우변의 침입을 본다면 보통 B가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주변의 백도 두터워 선뜻 들어가기 어려운 곳. 실전은 8로 붙여 상대의 의도를 물어왔다.

<참고도> 흑1의 붙임수는 깊숙한 침입이 어려운 경우에 상대 진영을 삭감하는 멋있는 맥점. 백의 최강의 버팀수는 2로 젖혀오는 수이지만 지금은 3으로 이단 젖혀 다음 A로 백 한 점을 축으로 잡는 것과 B로 끊어가는 자리를 맞보고 있다. 단, 흑 또한 축 관계를 유념해야 한다.

<실전도> 백1의 젖힘에 흑은 2로 늘고 4로 밀어 올려 양쪽을 가른 모양이다. 백도 5로 뛰어 최강으로 버틴 장면. 흑은 기분 좋게 6을 교환하고 8로 하변을 지키며 백과 함께 유유히 중앙으로 진출해 기분 좋은 흐름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