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김에 웃고 정주리에 울었다… ‘직장의 신’ 종영

입력 2013-05-21 23:14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이 21일 16부 최종회 방영으로 막을 내렸다. 회당 평균 시청률은 11∼14%로 평작 수준. 하지만 ‘미스 김 어록’과 패러디가 등장하고 최근 항공사 여승무원 사건 등 우리 사회 ‘갑을’ 문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세태와 맞물리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IMF(외환위기) 이후 16년,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시대. 이제 한국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는 남자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매회 문을 연 드라마는 말 그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살아가는 2013년 직장인 세태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직장 내 분명한 ‘갑을’ 관계를 한국의 현실에 적당히 버무리며 사실감을 더한 것이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저마다 살아있는 캐릭터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자발적 비정규직이면서도 못하는 일 없는 ‘미스 김’이 판타지적 면모를 통해 웃음을 선사했다면 너무나 리얼한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100% 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배우 김혜수(43)는 작업증 140여개를 보유한 ‘슈퍼 갑’ 위치에 있는 비현실적 캐릭터 ‘미스 김’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회식 참여 요구에 “불필요한 친목과 아부로 몸 버리고 간 버리는 자살테러와 같은 음주 행위를 해야 할 이유가 하등 없다”며 거부하는 장면을 비롯해 코믹한 연기로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비정규직의 현실과 젊은 세대의 고민을 잘 풀어내기도 했지만 특히 원작의 코미디 코드를 김혜수씨와 출연진이 잘 살려낸 게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배우 정유미(30)는 ‘정주리’ 역을 통해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지방대 출신으로 보잘 것 없는 스펙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출퇴근 전쟁을 벌이며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마침내 정규직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사는 ‘캔디형’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었다. 시청자 구모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개인적으로 계약직에 수차례 이용당하다 잘난 정규직에게 무책임하게 버려진 경험을 여러 번 해봐서인지 계약직의 아픔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글을 올렸다.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비정규직이 처해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주는 정주리 캐릭터와 자격증 140개로 못하는 것 없이 과장되게 일을 처리하는, 매우 환상적인 미스 김 캐릭터가 절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을 잡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