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적한 노동 현안 勞使政 대화로 풀어라
입력 2013-05-21 19:30
존중과 배려의 정신으로 난제 헤쳐 나가길
통상임금 문제와 60세 정년연장 의무화 후속조치가 하루 빨리 매듭지어져야 하는 이유는 이 사안이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앞날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임금 문제는 정부 추산만으로도 5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노동계의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고용노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적극적인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의욕만 앞선 나머지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해야 한다는 등의 성급한 발언을 하거나, 노사정 대화를 갖자고 하면서도 노동계를 압박하는 듯한 노동부 장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계로서는 명백한 법규정이 없는 통상임금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화에 나설 이유가 하나도 없다.
노측이 유리한 상황이란 점에서는 정년 연장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60세 정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칙 조항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서는 노조의 양보가 절대적이다.
문제는 노동계가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은 깎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데 반해, 기업들은 이를 부담할 여력이 부족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는 데 있다. 또 정년 연장은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 등 기득권층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현상과 비정규직 문제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 말이 좋아 노사정 대타협이지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노측과 사측의 상호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노동 현안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우선 사측은 근로시간 감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고용안정 노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세계적 추세와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이 대전제가 무너지면 통상임금 문제와 정년 연장이라는 난제는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노측도 근로시간 단축분만큼의 임금은 양보하고, 정기 상여금은 성과급화하거나 아니면 연봉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사측과 협의해야 한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상여금이나 수당 등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와 정년 연장이 유리하다고 협상을 지체하거나 피할 경우 노사관계는 물론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정부가 조기 해결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준비 없이 서둘다가는 역풍만 자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노동계를 진정한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성심을 다해 접근하고 참고 대화한다면 해결의 길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