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6월 정상회담… ‘캘리포니아 대좌’ 까닭은?

입력 2013-05-21 19:0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7∼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에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을 좌우할 외교 이벤트로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압박을 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G2(주요 2개국)’ 정상 간 첫 만남이 워싱턴DC가 아닌 캘리포니아 휴양지 란초미라지에서 이뤄지는 데 대해 의아해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그것도 시 주석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 3개국을 먼저 순방한 뒤 진행되는 일정이다.

온전히 미국만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과거와는 다른 형식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시 주석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선택한 뒤 두 번째로 나선 순방길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가에서는 국빈 방문이 아닌 실무 방문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가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후이탄(會談)’이 아닌 ‘후이우(會晤)’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이탄은 외교상 카운터파트끼리 하는 정식 회담을 뜻하지만 후이우는 서로 격이 다른 상대방끼리 만나거나 정식 회담이 아닐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으로 통한다.

구체적으로 내놓을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처럼 ‘변형’된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이른바 ‘신형 대국 관계’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양국 간 미묘한 자존심 대결의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비공식적 만남”이라면서 “앞으로 중·미 간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즉 ‘신형 대국 관계’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