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성장엔진’ 선점… 극동지역 경제영토 넓히기
입력 2013-05-21 18:40
정부가 러시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유라시아 성장엔진’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무한한 잠재력과 극동·시베리아 등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그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를 지금보다 훨씬 더 넓히겠다는 의도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러시아의 각종 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유라시아 성장엔진’을 선점하라=러시아는 1998∼2007년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석유·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 ‘강한 러시아’를 주창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저돌적 리더십이 맞물린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지만 2010년 이후 내수확대에 힘쓰면서 3∼4%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집권 3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7%인 투자규모를 2015년까지 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향후 20년간 2500만개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8월에는 문을 두드린 지 19년 만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준비도 마쳤다.
박근혜정부로서는 지금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우선 러시아가 대대적인 개발에 나선 극동지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개발사업과 도로·항만 등 SOC 사업에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의료서비스 등 서비스산업도 주요 경협 과제다. 정부는 한·러 경제협력 마스터플랜, 협력과제 세부추진 로드맵을 3분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동북아 3국, 극동 개발 각축전=양국의 경제협력은 탈냉전기인 1990년 수교한 이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투자협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러 교역액은 225억 달러(수출 111억 달러, 수입 114억 달러)로 92년(1억9000만 달러)보다 약 118배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투자액은 1억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의 0.43%에 불과했다.
특히 극동지역 개발에서는 우리나라 행보가 주변국보다 더디다. 중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극동지역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러시아와 4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펀드를 만들었다. 이 자금으로 시베리아 삼림 개발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8년부터 30년간 매년 380억㎥의 가스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달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러시아 대외경제은행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에 합의했다.
일단 우리 정부는 한·러 FTA에 집중해 선점효과를 누리겠다는 생각이다. 중국과 일본은 러시아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