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5·18 왜곡 보훈처장 사퇴를”

입력 2013-05-21 18:38 수정 2013-05-21 22:20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새 원내대표단이 첫 회의부터 선명한 야성(野性)을 드러냈다.

전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등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새 원내사령탑이 ‘강공’ 깃발을 들면서 6월 임시국회부터 뜨거운 여야 공방이 예고됐다.

전 원내대표는 “33주년 5·18 기념식을 앞두고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5·18정신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박승춘 보훈처장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에 대해서도 “5·18을 왜곡·훼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에 도전하는 엄중한 사건”이라며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헌정의 질서를 지키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여당과 정부의 협조를 촉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정치 개입 의혹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반값등록금 관련 문서 작성 책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청와대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공작정치의 어두운 계보가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진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청와대의 조치를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모두발언 동안 ‘전열을 정비하자’ ‘똘똘 뭉치자’ 등의 표현을 쓰며 원내대표단의 사기를 한껏 북돋았다.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전의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은 여야 6인협의체에서 합의한 83개 법안 처리를 6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바뀌었다 해서 이런 약속을 방기하면 국민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원내대표단에는 민주당 ‘국정원헌정파괴국기문란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현 의원, 노동 분야에서 진보 성향이 뚜렷한 장하나 의원 등 대여(對與) 공격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강력한 야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수습이 주 목적이던 ‘비상대책위’ 체제가 끝난 만큼 ‘야당다운 야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최근 노무현 추모 문화제에서 일부 참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것과 관련해 전 원내대표에게 “김 대표께 벌어진 일에 죄송하다. 일부 추모객의 애정이 지나쳐 물의를 일으켰지만 대부분의 추모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당이 역할을 다 하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고인의 유지를 실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홍종학 의원은 5·18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내용의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