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반대 의원도 감동… ‘낙선 인사’ 우윤근의 편지

입력 2013-05-21 18:37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패배한 우윤근 의원이 오히려 낙선 이후 의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그의 남다른 낙선 인사 때문이다.

우 의원은 지난 15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전병헌 의원에게 역전패했다. 통상 당내 선거에서 지면 후보들은 “동료 의원들에 볼 낯이 없다”며 한동안 두문불출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21일 우 의원의 편지를 받고 다들 흐뭇해했다고 한다. 우 의원은 자신을 제외한 소속 의원 126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주로 “의원님들이 저의 부족함을 깨우치게 해주셨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의원들이 감동한 부분은 편지 말미에 있는 대목이었다. 우 의원이 “전병헌 원내대표는 훌륭한 분이시다. 저부터도 전 원내대표를 적극적으로 돕겠다. 그렇게 도와서 당이 일신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편지에 앞서 우 의원이 20일 밤 전 원내대표가 새로 임명한 원내부대표단 14명에게 문자를 보낸 일도 화제다. 통상 원내부대표직은 원내대표 선거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인사들에게 돌아가는 자리여서 우 의원에게는 거의 대부분 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보면 되는 이들이다. 하지만 우 의원은 문자메시지에서 “부대표가 되신 걸 축하드리며 성공적으로 부대표직을 완수할 것으로 믿는다. 저도 부대표님들을 적극 도와 성공적인 원내대표단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원이 특별히 이들에게 따로 문자를 한 것은 부대표들이 나중에 그를 대면할 때 지지하지 않은 걸 미안해할까 봐 먼저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 차원이다. 우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신사적이었다.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해놓고선 “(찍을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본의 아니게 마음에 부담을 드렸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 당직자는 “우리 당에서 가장 절실한 게 당내 선거에 패배한 뒤 상대를 인정하고 따라주는 문화인데 우 의원이 그 모범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