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친박일색 非주류, 悲주류 갈수록 설땅 좁아져

입력 2013-05-21 18:31

새누리당 지도부가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당내 비주류가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집권 초기 박근혜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친박 일색이어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는데도 친박 지도부가 침묵할 경우 당내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당내 주류였지만 친박계가 비주류로 정부를 견제하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협력과 견제의 당·정·청 관계가 일정 정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내 비주류 중진으로는 정몽준 전 대표와 친이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 쇄신파의 구심점인 남경필 의원 등이 있다. 친이계는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사실상 계파가 와해된 상태다. 친이계 의원들도 친목 차원에서 가끔 서로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하지만 세력화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남 의원은 지난 15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검토했으나 비주류의 세력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출마를 접었다. 정 전 대표 역시 당내 추종세력은 없고 ‘나홀로’ 쓴소리를 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은 사실상 의원총회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개혁을 주도했던 쇄신파 의원들의 존재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민본21, 미래연대, 수요모임과 같은 쇄신파 의원모임이 당내 비주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19대 국회 들어서는 아직 쇄신파 의원들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비주류에 속하지만 당내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친박 좌장이었다가 탈박(脫朴)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때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부상한 김 의원은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계파 청산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도 당선됐으니 친박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고 따라서 계파도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김 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남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접은 것도 김 의원이 만류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홍문종 사무총장은 21일 “10월 재보선과 내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외부의 인물들을 영입, 당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