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5·18 개입설, 주목 끌려는 탈북자 허황된 얘기”

입력 2013-05-21 18:27 수정 2013-05-21 22:22

최근 북한군 출신 탈북자가 언론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다수의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은 “주목을 끌고 싶은 탈북자가 전한 허황된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몇몇 탈북자의 잘못된 발언으로 광주 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도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1981년부터 10년간 북한군 특수부대의 하나인 민정경찰(JSA)에서 사관장(준위) 계급으로 복무했던 김성호(가명·47)씨는 21일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군복무 시절 ‘광주 사건이 장기화됐다면 북한의 특공대가 참가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하지만 이 말조차 소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특수부대 병력이 600명이나 내려왔다면 그것은 게릴라 작전이 아니라 전면전에 해당된다”며 “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특수부대 군인들을 대거 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문에 불과한 얘기를 증거나 확인 없이 그대로 전달하면서 거짓이 진실이 됐다”며 “주목을 끌고 싶은 일부 인사가 잘못된 발언을 해 광주 시민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에 하나 북한군이 투입됐다고 치더라도 최정예 군인만 선발됐을 특수부대원들이 당시 계엄군에게 몰살됐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정예 특수부대원이라면 계엄군 경계선을 뚫고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작전을 수행했어야 맞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군 출신 탈북자인 박영기(가명·47)씨 역시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박씨는 82년부터 20년간 국가보위부와 정찰국 장교(대위)로 복무했다. 박씨는 “한국 내 소요 확산 시 북한군이 침투할 것이란 얘기는 인민군 내에서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당시 들리던 말은 소요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남한 내 혼란이 확산될 경우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내용이었다”며 ‘북한 개입설’은 낭설이라고 했다.

박씨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 당시 북한에는 통일의 기회를 두 번 놓쳤다는 말이 돌았다. 두 번의 기회는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현재의 북한군 개입설은 이런 소문들이 와전되거나 확대 재생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북한군이 만약 5·18 당시 개입했다가 북한에 돌아왔다 하더라도 해당 군인들이 전역할 때는 작전에 대해 비밀에 부치는 서약서를 쓴다”며 “더구나 대대급 규모의 작전이었다면 처음부터 극비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소문이 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북한재향군인협회 한 회원은 “상당수 회원들이 북한개입설을 허황된 발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더 이상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비정상적 남북관계는 거짓도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다”며 “근거 없는 헛소문들로 민주화운동을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