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결합가정의 부모 영향받아 탈북 2세도 사회 부적응 심각

입력 2013-05-21 18:27

남북한 결합가정에서 태어난 ‘탈북 2세’들이 남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부적응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한 생활에 힘들어하는 부모를 보며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것이다.

남한 주민과 결혼한 탈북자는 현재 950여명이다. 아이를 두 명씩 낳는다고 가정하면 탈북 2세는 19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스트레스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부모가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코리아교회 정형신 목사는 “아이들은 학교나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집안의 부모 사이에서 문화적·사회적 차이를 크게 느낀다”며 “부모의 적응이 더딘 것을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자 부모는 자녀 교육에서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서류상 부모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학교를 방문하면 말투부터 아이가 탈북자 자녀임이 노출돼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한 탈북자 부모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 포럼’에 나와 “탈북자 자녀라는 이유로 아이가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탈북자 자녀라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 학부모 참관 행사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에서 자라다 남한에 온 탈북 어린이도 탈북 2세들처럼 정서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가톨릭대 박호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북한이탈 아동의 신체 및 심리적 건강상태 평가’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탈북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탓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2009∼2010년 하나원에 입소한 7∼14세 탈북 어린이 109명을 일대일 면담한 결과, 아이들의 60% 이상은 조그만 자극에도 화들짝 놀라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