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압수수색 안팎] 버진아일랜드서 비자금 조성 의혹
입력 2013-05-21 18:19 수정 2013-05-22 00:37
검찰이 21일 CJ그룹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재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외탈세 등의 방법으로 해외에서 막대한 비자금을 만든 뒤 국내로 들여와 자금 세탁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있었다는 게 검찰이 보는 의혹의 골자다. CJ그룹 비자금 문제는 과거 몇 차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CJ 측은 ‘상속 재산’임을 내세워 사법처리를 피해 왔다.
릐오너 일가 정조준=검찰은 CJ그룹 본사 등 5∼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여러 사업장을 한꺼번에 뒤지는 통상의 대기업 수사에 비해 수색 범위가 좁은 편이다. 압수수색은 주로 총수의 재산 문제와 관련된 곳에 집중됐다. 서울 장충동 CJ 경영연구소는 그룹 경영진단 및 시장환경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 집무실도 이곳에 있으며, 총수 일가가 ‘은밀히’ 그룹과 관련된 핵심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소와 10m 정도 거리에는 이 회장 자택이 있다. 그룹 차원의 조직적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다면 경영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그룹 수뇌부의 의사 결정 및 관리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위장·가공 거래 방식으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뭉칫돈을 조성하고, 제3자나 위장기업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방식은 비자금 조성·세탁의 대표적 방법이다. CJ그룹은 149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도 법인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직원 출근시간 전인 오전 7시쯤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부 재무부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검찰이 강제적으로 문을 따고 진입했다고 한다.
릐옛 차명 재산 관리인도 압수=압수수색의 단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0년 포착한 ‘출처 불명의 자금 70억원’이다. FIU는 CJ그룹이 국내로 들여온 이 자금의 출처가 해외 계좌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관련 내사를 벌이다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 이첩했다. 검찰은 알려진 70억원이 전체 비자금의 극히 일부라고 판단하고 있다.
CJ그룹 비자금의 ‘꼬리’는 지금까지 수차례 공개 거론됐다. 2008년에는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했던 전 비서실 재무2팀장 이모(44)씨가 살인 미수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 판결문에 “피고인이 관리하던 자금의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고, 이 회장이 차명재산 관련 세금만도 1700억원 넘게 납부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했으며, 출국금지 조치 역시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했다. 최근엔 CJ그룹 측이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통해 1400억원어치의 해외 미술품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 대표의 탈세 혐의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 한 간부는 “이번 수사가 재무팀장 재판 때 제기됐던 의혹이나 서미갤러리 탈세 수사 등과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