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압수수색… 재벌 압박 신호탄

입력 2013-05-21 18:14 수정 2013-05-22 00:32

검찰이 21일 수천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CJ그룹이 CJ푸드빌 등의 해외사업 계열사를 통해 600억~700억원 정도를 부당 유출한 정황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내세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고강도 사정(司正)을 하는 가운데, 검찰도 재벌 비자금을 겨냥한 첫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21일 서울 남대문로 CJ 본사와 이재현 회장 집무실이 있는 장충동 경영연구소,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이 회장 차명 계좌 관리인 자택 등 5∼6곳을 14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적시됐다. 이 조항은 포탈 세액이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비자금 관리를 했던 임원과 팀장 2명은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액의 역외탈세 의혹이 있어 압수수색했다”며 “신속히 혐의 유무 및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 등을 세워 실제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조성한 비자금이 수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한 간부는 “(비자금 규모가) CJ그룹 규모에 맞는 ‘급’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CJ그룹이 비자금을 고가의 미술품 거래 등 방식으로 자금 세탁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CJ그룹 오너 일가의 국내외 차명재산 전반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와 자본시장 교란사범 등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전방위 경제 비리 수사를 예고했다.

재계는 이번 압수수색이 ‘재벌 길들이기 수사’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본보기로 CJ그룹 수사 카드를 꺼내 다른 재벌들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에선 이미 H기업, 다른 H기업, L기업, S기업 등의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떠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검찰력을 동원한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호일 강준구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