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졸 학력비하·따돌림’ 논란
입력 2013-05-21 18:10 수정 2013-05-21 18:12
보훈대상자인 A씨는 8년여간 사기업 경리업무를 하다 지난 2011년 12월 보훈청 추천으로 H기관에 입사했다. H기관은 장애인 관련 정책을 연구·개발하기 위해 장애인복지법을 근거로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년 계약을 한 A씨가 맡은 일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대관업무. 업무 특성상 다른 팀원들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팀원들은 A씨를 돕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고졸 출신인 A씨의 학력을 무시하며 대놓고 일을 A씨에게 미루기까지 했다. 한 팀원은 “석사는 (대관업무 중 하나인) 주차관리 일을 할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팀원은 “이 따위 대관업무하려고 입사한 게 아니다”며 A씨에게 으름장을 놨다. A씨를 두고 “고졸인데도 경력 때문에 급여가 많은 것이 맘에 안 든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경력이나 쌓을 걸 그랬다”고 비꼬는 팀원도 있었다.
A씨는 참다못해 이 사실을 팀장에게 털어놨지만 팀장은 “나머지 팀원 4명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고급 인력이기 때문에 대관업무를 할 수 없다”며 “A씨만 덮고 넘어가면 조용할 일”이라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억울했던 A씨는 지난달 2일 팀장에게 문자로 사직의사를 밝힌 후 9일 이 내용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내용을 파악한 기관은 사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관은 한 달 이상 무단결근을 했다며 지난 3일자로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결국 1년 넘게 일하는 동안 심각한 수준의 학력차별과 인격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관련 증명자료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H기관 관계자는 “A씨가 사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해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