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그릇, 커피숍 머그잔, 노래방 탬버린까지… ‘은근슬쩍’ 좀도둑 급증
입력 2013-05-21 18:09
불황이 장기화된 탓인지, 요즘 ‘좀도둑’은 별 걸 다 훔친다. 음식점 배달그릇, 커피숍 머그잔, 헬스장 운동복, 노래방 탬버린까지 슬쩍하는 이들 때문에 업소 주인들은 골치라고 호소한다.
지난 5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강남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한다는 사람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그는 “강남 사모님들, 대체 왜 자꾸 수건을 가져가십니까. 여성 회원용 수건이 자꾸 없어져 수시로 구입해야 합니다. 제발 수건 좀 가져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적었다. 서울 자양동 찜질방 주인 김모(47)씨는 최근 수건에 도난방지용 칩을 심어 넣었다. 수건을 들고 출입구를 벗어나면 ‘삐익’ 소리가 나는 장치다. 그러자 손님들은 칩이 달린 부분만 칼로 도려내 수건을 훔쳐갔다. 김씨는 “여탕에 새 비누를 두면 금방 사라져 버려 일부 찜질방에선 남탕에서 사용하던 비누를 여탕에 두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헬스클럽 관계자는 “운동복이나 수건은 기본이고 헤어드라이기와 선풍기가 없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래방도 좀도둑이 많은 곳이다. 서울 남영동 M노래방 업주는 “손님들이 호기심에서인지, 장난삼아 그러는지 마이크나 책자, 탬버린을 집어간다. 무선 마이크를 들고 가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음식점의 배달그릇을 훔쳐가는 경우도 잦다. 서울 역촌동 중국음식점 업주 조광수(55)씨는 “배달하고 1∼2시간 후에 그릇을 회수하러 가보면 이미 없어진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15∼20개는 도난당한다”고 했다. 커피숍의 머그잔과 휴지, 스틱설탕을 훔쳐가거나 스크린골프장에서 빌려주는 골프채를 몰래 가지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도곡동의 한 커피숍 종업원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드리는 티스푼을 가져가고, 스틱설탕을 한 뭉텅이씩 가져가는 손님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분실되는 장바구니가 한 달에 20∼30개씩은 된다. 심지어 카트를 가져가 베란다에 처박아 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용상 나성원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