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 돈 줄 ‘중국쌀 포대갈이’
입력 2013-05-21 18:08 수정 2013-05-21 22:27
값싼 중국 쌀을 국산 쌀로 둔갑시켜 불과 1년반 만에 58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국 쌀을 국산 쌀 포대에 옮겨 담아 판매한 ‘포대갈이’ 일당에는 조직폭력배도 끼여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중국 쌀 13만여 포대(2600t)를 국산으로 속여 전국에 유통시킨 혐의(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위반 등)로 총책 변모(54)씨와 폭력조직 ‘부천식구파’ 조직원 최모(37)씨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다른 총책인 ‘범서방파’ 조직원 이모(40)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제조책인 부천식구파 이모(33)씨 등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변씨 등은 2011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경기도 하남과 광명 등에 비밀 창고를 만든 뒤 중국 쌀 13만여 포대를 국산 포대에 담아 다시 포장한 뒤 유통시켜 58억원을 챙겼다. 주범인 변씨와 최씨는 사업이 점차 커지자 인맥을 통해 사람들을 영입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사업을 빼앗길까 우려해 조폭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였다. 최씨는 평소 자주 어울렸던 폭력조직 부천식구파 조직원 3명을 끌어들였고, 이에 위협을 느낀 변씨는 고향 후배인 범서방파 조직원 2명을 영입했다. 이들은 A·B조로 나눠 각각 저녁과 심야 시간에 포대갈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장지대나 비닐하우스 등 인적이 드문 곳에 비밀 창고 6개를 만들어 2개월마다 옮겨 다니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합숙생활을 했으며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했다. 또 포대갈이 한 쌀을 운반할 화물차 기사를 매수했고 작업 후 남은 포장지는 멀리 떨어진 고물상에 판매했다.
이들은 중국 쌀을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로부터 20㎏짜리 포대당 1만3000∼3만5000원에 구입해 국산으로 표기된 포대에 담아 4만∼4만5000원에 판매했다. 포대의 상표는 쌀로 유명한 산지의 이름을 도용해 10가지 정도로 직접 제작했으며, 일정 기간 유통한 뒤 갈아타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렇게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 쌀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전국 식자재 업체, 쌀 도매상, 방앗간, 마트 등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산 쌀로 둔갑한 중국 쌀이 시중에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수입쌀의 불법유통을 막으려면 수입쌀 이력 관리 바코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산으로 둔갑한 쌀 1598포대와 포장지 8600장을 압수했다. 압수한 쌀은 공매 처분을 통해 범죄수익으로 환수할 방침이다. 지난 7일에도 포대갈이 수법으로 중국 쌀과 묵은 쌀을 국산 햅쌀로 속여 팔아 2100만원을 챙긴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